법정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성범죄 사건, 특히 강제추행과 기습추행의 혐의는 피고인에게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전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충지는 바로 ‘유형력의 행사‘와 ‘신체 접촉‘이라는 개념의 법적 해석과 그 미묘한 경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이 경계선을 허물어 모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추행’으로 몰아붙이려 할 것이며, 변호인은 이 모호함 속에서 무죄를 증명하거나 형량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전략을 구축해야만 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리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수를 읽고 역이용하는 고도의 변론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법원이 재구성한 ‘유형력’의 개념: 미묘한 접촉이 범죄가 되는 지점
우리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폭행’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 ‘유형력’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물리력 행사라도 그 자체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가해자의 일방적인 성적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신체 접촉이라면, 그 접촉의 정도나 부위가 경미하더라도 ‘유형력‘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기습추행‘의 경우, 피해자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신체 접촉이 그 자체로 폭행이 되어 강제추행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의 태도입니다. 손이 스치거나 어깨를 잡는 등 일상적인 행위로 오해될 수 있는 접촉마저도, 검찰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프레임으로 엮어 유형력으로 주장할 것입니다.
검사의 공격 예측과 변호인의 ‘역설’ 전략
검사의 공격은 명확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였음을 강조하고, 접촉의 경미함이나 피고인의 의도 부족 주장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변명’으로 일축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기습추행의 법리는 검사에게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에 대한 변호인의 전략은 단순한 부인이 아닌, 법적 논리의 틈새를 파고드는 ‘역설‘에 있습니다.
첫째, ‘추행성’의 부재를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이 말하는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당 접촉이 과연 이러한 추행성을 가졌는지,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의도가 아닌 다른 맥락(예: 실수, 오해, 단순한 인사 등)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각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주변 상황,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당시의 대화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행위의 객관적 맥락을 재구성하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유형력‘의 실질적 의미를 재해석해야 합니다. 비록 법원이 유형력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 해도, 그 유형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즉, 접촉이 너무나 경미하여 피해자가 즉시 반응하거나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면, 그것이 과연 형법상 폭행에 해당하는 유형력인지 적극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탄핵과도 연결됩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항거 불능’ 상태가 실제 상황과 부합하는지, 모순되는 행동은 없었는지 등을 치밀하게 검토하여 검사의 주장을 역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셋째, 피고인의 ‘고의‘ 부재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성범죄는 고의범입니다.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지만, 사건 발생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와의 관계,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증거(CCTV, 목격자 진술 등)를 통해 피고인의 의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만원 지하철에서의 우발적인 접촉, 순간적인 균형 상실로 인한 접촉 등 ‘사고’에 가까운 상황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성적 목적’이 없었음을 강조해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은 피고인의 명예와 자유를 좌우하는 고난도 소송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의뢰인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변호인에게 어떠한 사실도 숨김없이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적 투명성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장기적인 법정 공방을 견뎌낼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변호인은 법률 전문가로서 의뢰인의 방패이자 칼이 되어주지만, 그 칼을 휘두르고 방패를 드는 힘은 결국 의뢰인의 태도와 협력에서 나옵니다. 법정은 진실 게임이 아닌 전략 게임이라는 냉철한 인식을 가지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치밀하게 대응해야만 비로소 ‘이기는 싸움’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도움이 되셨다면 공유해주세요.